
2026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법
— 저성장·안보 불안·세계시장 재편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선택해야 할 현실적 전략
2026년 대한민국,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가
2026년의 한국을 둘러싼 거시 환경을 냉정하게 정리해 보면, 한 가지 분명한 문장이 나온다. 절대적인 붕괴나 공황은 아니지만, 분명히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진 판 위에서 게임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5년 11월 발표한 협의 결과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025년 0.9퍼센트, 2026년 1.8퍼센트로 제시됐다. 한국은행과 KDI의 내부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2025년 성장률을 0.9퍼센트, 2026년을 1.6퍼센트로 보고 있고, KDI 역시 비슷한 수준의 회복을 예상한다. OECD는 조금 더 낙관적이지만 흐름 자체는 같다. 2025년 1.0퍼센트에서 2026년 2.2퍼센트 정도로 완만한 회복을 예상하면서, 관세 인상과 정책 불확실성이 수출과 투자를 제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전체와 비교하면 이 수치는 더 의미심장해진다. OECD는 2025년과 2026년 세계 성장률을 각각 3.2퍼센트와 2.9퍼센트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 곡선을 유지하지만, 세계 평균의 절반 남짓한 속도로 움직이는 셈이다.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면, “망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투자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는 나라”가 될 위험이 커지는 국면이다.
여기에 초저출산과 인구 구조의 충격이 겹친다. 통계청과 국제 연구기관 자료를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에서 2023년 0.72까지 떨어졌고, 2024년에는 0.7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OECD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이 수치를 “선진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저출산”이라고 규정하며, 노동시장과 연금, 성장 잠재력에 장기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4년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해 합계출산율이 0.75로 소폭 반등했다는 소식이 나오긴 했지만, 이 정도의 미세한 변화가 구조적 위기를 뒤집을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글로벌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성장률은 세계 평균보다 낮고, 인구는 빠르게 줄고, 노동력 구조는 고령화로 기울어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국방비와 안보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환경에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불리한 매크로 구조 속에서 자신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의미 있는 기회를 선별해 내는 문제에 가깝다.
재정과 국방: 기록적인 예산과 커지는 안보 비용의 부담
2026년 한국을 규정하는 또 다른 축은 국가 재정과 안보 지출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예산안은 총 728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8퍼센트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방 예산은 66조 3천억 원 수준으로, 역시 8퍼센트가 넘는 증가를 기록하며 “첨단 전력과 자주국방”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국방장관은 2025년 11월 한미 안보협의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군비 증강 계획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한국이 더 큰 방위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 발언은 동맹 관점에서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순수 경제적 관점에서는 적잖은 질문을 남긴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복지·연금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방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재정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 피치와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여전히 ‘AA-’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2026년에도 정부부채 비율이 동급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간과 가계의 시야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국방비와 복지 지출이 동시에 늘어나면 그 부담은 결국 세금·사회보험료·규제의 형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6년의 “생존법”을 생각할 때, 개인과 기업은 단순히 성장률과 금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정과 안보 비용이 장기적으로 어떤 식으로 민간 경제에 전가될지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 복지 확대와 국방 강화라는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구호 뒤에서, 실제로는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자산에 대한 새로운 세제, 규제 비용의 증가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저성장 구조 속 노동시장: 일자리는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실
OECD의 최근 스냅샷을 보면 한국의 고용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선진국 중 최저권에 속한다. 한국은행이 2025년 10월 발표한 경기 동향 자료에서도, 성장률이 0.9퍼센트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와 수출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으며 고용은 큰 충격 없이 유지되는 모습이 확인된다.
그러나 이 “양호한 고용”의 이면에는 뚜렷한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피크 임금제”와 조기 퇴직 관행이다. 2025년 7월 인권단체와 국제 언론이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체계는 60세 전후를 기준으로 급격한 임금 삭감을 강요하며, 이로 인해 상당수 고령 노동자가 은퇴 이후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전체 60대 이상 인구 가운데 약 70퍼센트가 비정규·단기·플랫폼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고,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노인 빈곤률과 직결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상 실업률은 낮지만, 정규직 대기업·공공부문·전문직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다수는 플랫폼 노동, 계약직, 파견·용역과 같은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에 머무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노동시장은 전체적으로는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정성과 보상이 충분한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환경에서 2026년의 생존은 “일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의 일자리, 어떤 위치의 노동시장에 자리 잡는가”라는 문제로 바뀐다. 동일한 노동시간을 투입해도, 노동시장 상단에 위치한 소수의 일자리와 중·하단에 위치한 다수의 일자리의 삶의 궤적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세계시장 재편 속 한국 기업의 위치: 관세, 투자, 보조금의 거친 파도
글로벌 시장을 향한 창을 보면, 2026년의 한국은 환영과 경고를 동시에 받는 위치에 서 있다.
한편에서는 대형 제조기업들이 여전히 글로벌 투자와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다. 2025년 11월,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25조 원이 넘는 규모를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국과의 새로운 통상 합의가 타결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25퍼센트 관세를 15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와 자본·기술 협력을 약속한 맥락 속에서 나왔다. 현대차는 이 투자 가운데 50조 원가량을 인공지능과 미래 사업에, 38조 원을 연구개발에, 나머지를 생산 효율화와 신사옥 건설 등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동원하는 흔적이 뚜렷하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1월, 전기차 산업이 높은 미국 관세와 글로벌 경쟁에 버티도록 2026년 전기차 보조금을 20퍼센트 늘려 9,36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2025년에만 15조 원이 넘었던 정책 금융 지원을 2026년에는 더 늘려 부품사와 해외 생산기지를 지원하고, 주요 부품업체가 미국과 멕시코 등 현지 공장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국책은행 보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산업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가 된다. 하지만 세계시장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국가가 보조금과 정책 금융으로 수출 경쟁력을 방어해야 하는 단계”로 읽는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산업별 위기를 봉합해야 하고, 그 비용은 재정과 금융시스템에 누적된다.
2026년의 기업과 개인에게 이 환경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국제 통상 환경은 이제 예측 가능한 규칙의 세계가 아니라, 관세 인상과 협상, 보조금과 투자 약속이 반복되는 정치경제의 세계가 되었다. 특정 세제나 관세 혜택을 전제로 세운 비즈니스 모델은 단 몇 년 만에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의 생존은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짓느냐”라는 수준을 넘어, “어느 규범과 네트워크에 접속해 위험을 분산하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초저출산과 고령화가 던지는 개인 차원의 질문
인구 구조의 붕괴는 거시 경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한국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일상과 생애 전략 전체를 다시 설계하도록 요구하는 변수다.
합계출산율 0.72라는 숫자는 단지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통계가 아니다. 노동시장과 복지 시스템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20·30대가 60대를 맞이할 때쯤에는 노동연령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연금·건강보험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며, 그 결과 세대 간 이전 구조가 지금보다 더 급격하게 30·40대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하나는, 장기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안전망의 수준이 지금보다 후퇴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다른 하나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안정적인 소득과 자산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다.
고령층의 빈곤과 불안정 노동이 보여 주듯, 지금의 제도는 나이가 들수록 노동시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60대 이후에도 생산성과 건강을 유지하며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연공서열 임금과 조기 퇴직, 피크 임금제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싼값에 일하는 비정규직”으로 다시 노동시장에 입장해야 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 청년 세대도 언젠가 같은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26년의 개인 생존 전략은 단순한 취업·승진 경로를 넘어선다. 어느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것인지, 기술과 역량을 어떤 주기에 맞춰 업데이트할 것인지, 공적 연금과 사적 자산을 어떤 조합으로 설계할 것인지 같은 문제들이 전 생애에 걸쳐 고려돼야 한다. 국가가 모든 리스크를 흡수해 주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개인 차원의 생존법: 불리한 구조를 전제로 한 커리어와 자산 설계
이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개인의 레벨로 내리면, 선택지는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을 자신의 소득 성장률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다. IMF와 OECD가 제시한 1퍼센트대 후반에서 2퍼센트대 초반의 성장률은 국가 전체의 평균이고, 개인의 삶에서는 이보다 더 큰 격차가 나타난다. 성장률이 낮을수록, 상위 일부의 소득 증가와 다수의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분포가 강화된다.
따라서 2026년 이후의 커리어 전략은 “어떤 산업이 성장하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그 산업 안에서 어떤 역할이 기술과 자본, 네트워크의 축적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방산, 친환경 에너지 같은 분야가 구조적 성장 섹터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에서도 단순 반복 업무와 교체 가능한 역할은 빠르게 자동화되거나 외주화된다. 반대로, 데이터·알고리즘·설계·표준·규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역할은 어느 나라, 어느 시장으로 이동해도 계속 수요가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 이후 한국에서 “국가에 묶이지 않는 역량”을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정 회사나 국가에서만 통용되는 경험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자격과 포트폴리오, 언어와 법·회계·규제 이해, 디지털과 데이터 활용 능력 같은 것들이 생존 확률을 높여 준다. 통상 환경이 바뀌어 특정 시장 접근이 막히더라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식이 다른 시장과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면, 충격의 강도는 줄어든다.
자산 측면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저성장·저금리 정상화·고령화라는 조합 속에서,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만을 전제로 생애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은행과 국제기관들이 반복해서 지적하듯, 2025년 이후의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이 크고, 부동산과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과거 10~20년 평균을 그대로 반복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어렵다.
결국 개인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법”은, 국가와 시장이 제공하는 평균적인 성장 경로보다 한두 단계 높은 수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일이다. 그것은 특정 회사에 오래 다닌다고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이직과 재교육, 전환과 실패를 감수하면서 자신의 역량 포트폴리오를 계속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기업과 스타트업의 생존법: 보조금과 규제 사이에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일
기업과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2026년 한국은 기회와 위험이 극단적으로 맞물린 시장이다.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과 정책 금융이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산업을 지지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부품업체 해외 진출 보증이 그 대표적 사례다. 동시에 반도체와 배터리, 방산, AI, 바이오 같은 국가 전략산업에는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 인프라 투자까지 집중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부 정책의 방향을 잘 읽고, 그 틈에 자사의 밸류체인을 정확히 끼워 넣는 기업에게 단기적인 초과 수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보조금과 규제가 얽힌 산업 구조의 특유의 취약성이 나타난다. 관세 인하와 투자 약속을 전제로 한 통상 합의가 정권 교체나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뒤집힐 수 있고, 특정 보조금 정책이 예산과 정치 상황에 따라 갑자기 축소되거나 종료될 수 있다. 2026년 이후의 기업 생존 전략은 “어느 쪽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정책 의존도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세계시장에 노출된 기업일수록, 국내 보조금과 규제에 과도하게 기대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브랜드·지적재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 수출 관세가 변하더라도, 환율과 물류비가 출렁이더라도, 핵심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방산과 AI, 바이오 등 고부가 산업의 서사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표준, 글로벌 파트너십이 가치를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의 한국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정부 지원을 활용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활용하되, 그 지원이 끊겨도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놓치면, 단기 실적은 화려하지만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곧바로 구조조정과 신용위기에 내몰리는 취약한 기업으로 남게 된다.
국가 전략 차원의 과제: “평균을 조금 올리는” 개혁으로는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2026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법”을 국가와 사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면, 과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국제기구와 싱크탱크의 보고서들을 종합하면,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는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된다.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 생산성과 혁신 정체, 관세·보조금·안보 비용이 뒤엉킨 불안정한 대외 환경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를 증폭시킨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내수 시장은 커지기 어렵고, 노동 공급이 줄면서 성장률은 떨어진다. 성장률이 낮을수록 청년 세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생산성과 혁신이 정체되면, 동일한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도 과거보다 적은 부가가치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와 안보 비용까지 올라가면, 민간에게 돌아가는 파이는 더 빠르게 줄어든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평균을 조금 올리는 수준의 미세 조정으로는 부족하다. OECD와 IMF, 국내 연구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노동시장과 교육·규제·복지의 “질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크 임금제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는 식의 부분적인 개편으로는 고령층 빈곤과 청년 고용의 이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 이민·이주 정책, 육아·교육 제도, 기업의 인사·보상 체계, 사회 전체의 장시간 노동 문화와 성 역할 기대까지 모두 엮인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정치와 사회가 이 구조적 개혁의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모든 기득권이 조금씩 손해를 보고, 일부는 크게 손해를 봐야 하는 개혁은 표를 잃는 일과 직결된다. 그래서 개혁은 늘 “다음 정부의 과제”로 미뤄진다. 그 사이에 인구와 경쟁력, 신뢰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줄어든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2026년의 생존 전략은 국가 단위에서든 개인 단위에서든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상황을 미화하지 않고, 구조적 제약을 전제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 장기 성장률이 낮을 것이라는 사실, 공적 안전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사실, 대외 환경이 자주 흔들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위에서, 어떤 역량과 자산,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이 환경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계산하는 것.
맺음말: 추락하는 구조 속에서, 각자의 비행 궤적을 다시 그릴 때
2026년의 대한민국은 세계 평균보다 느리게 성장하고, 인구는 줄고, 안보 비용과 통상 리스크는 커지는 나라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세계 상위권의 기술·제조 능력을 갖고 있고, 거대한 소비시장과 자본시장, 인적 자본을 축적해 온 나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표현은 비관적인 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제약을 인정한 뒤 그 안에서 최선의 전략을 찾자는 말에 가깝다. 국가와 사회가 대담한 개혁으로 구조를 바꿔 나갈 수 있다면, 이 생존법은 조금 덜 혹독해질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저성장과 초저출산, 안보 비용과 통상 리스크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평균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성장률보다 조금 더 빠르게 자신의 생산성과 소득을 키우는 것, 평균적인 제도와 안전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완충 장치를 만드는 것, 평균적인 경력과 자산 구조가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상정하고 미리 회피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2026년의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같은 생존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한국 경제가 알아서 성장해 줄 것”이라는 전제 위에 인생과 회사를 설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가장 빨리, 가장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개인과 기업이, 앞으로의 10년을 견디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역설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