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출판사 신년기획] 2026, 대한민국 전국일주


2026 대한민국 전국일주
— KTX 레일과 국도, 바다와 산을 따라 읽는 한 해짜리 로드맵



2026년, 왜 다시 전국일주인가


2026년 한국을 여행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숫자가 먼저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2024년 국내 여행 경험률은 열 명 중 거의 아홉 명이 한 해에 한 번 이상 국내 여행을 떠났다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여행 횟수와 체류일수, 지출액 모두 코로나 이전을 넘어섰고, “해외보다 국내”를 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통계의 결론이다.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발걸음도 비슷한 흐름을 탄다.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팬데믹 이전의 90퍼센트 안팎까지 회복했고, 2025년에는 1,850만 명을 목표로 삼겠다는 계획이 정부에서 나왔다. 2030년까지 연간 3,000만 명, 2033년에는 4,000만 명의 외국인을 유치하겠다는 국가 비전이 공개된 것도 이 즈음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2026년을 전후해 “살기 위한 나라이자, 구경 오는 나라”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동시에 키워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전국일주라는 말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다. 급변하는 교통망과 달라진 여행 수요, 지방 소멸과 로컬의 반격, K-컬처를 앞세운 관광 캠페인들이 한데 뒤엉킨 현재의 한국을 실제 지도로 밟아 보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비수기·비수도권”을 키워드로 한 국내여행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장기 체류와 로컬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국일주는 이 전략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몸으로 확인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레일과 도로 위의 2026년: 전국일주의 물리적 조건이 바뀌고 있다


2026년 전국일주를 계획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동 수단이다. 고속철도 KTX와 SRT는 이제 전국일주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인프라다. 코레일과 관광청 자료를 보면, 서울과 부산, 목포, 광주, 동대구, 포항을 잇는 고속철도망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역과 용산역,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KTX,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를 섞어 타면 수도권에서 남해와 서해, 동해로 뻗어나가는 대부분의 축을 기차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2025년 이후에는 이 인프라가 또 한 번 변신하는 중이다. 여행자 대상 철도 안내를 보면, 2025년부터 모든 KTX·SRT 노선에 고속 와이파이가 도입되고, 지하철과 일반열차를 통합 이용할 수 있는 ‘K-Rail Pass 2.0’이 출시된다는 계획이 소개되어 있다. 인천에서 전주를 잇는 익스프레스 노선 공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2026년에는 서해안과 호남권으로의 기차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속도로망과 국도가 더해지면, 전국일주의 선택지는 사실상 무한에 가까워진다. 서울에서 춘천과 강릉으로, 대전에서 무주와 전주로, 대구에서 안동과 영주로 갈라지는 국도와 지방도는 고속철도가 닿지 않는 공간을 채워준다. 캠핑카·차박·바이크 문화가 널리 퍼진 것도 이 인프라와 맞물린 현상이다. 통계를 보면, 국내 여행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압도적 1위이며, 국내여행 지출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체험·숙박에 쓰는 돈이 늘어나는 추세다.


즉, 2026년의 전국일주는 고속철도로 큰 축을 그리고 자동차·버스로 빈틈을 메우는 방식으로 설계할 때,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과거처럼 “기차냐 버스냐”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레일로 해결하고, 어디부터를 도로와 발걸음으로 채울 것인가”가 설계의 핵심이 된다.



서울에서 시작하는 링, 수도권에서 ‘대한민국 축소판’을 먼저 본다


대부분의 전국일주가 그렇듯, 출발점은 서울이다. 그러나 2026년에 서울은 더 이상 단순한 관문 도시가 아니다. K-팝, 드라마, 게임, 웹툰 같은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를 돌아 다시 서울로 몰려오면서, 이 도시는 “현실과 가상이 가장 밀도 높게 겹치는 공간”이 되었다.


여행 트렌드를 정리한 최신 기사들을 읽어보면, 서울 관광은 이미 경복궁과 북촌, 남산과 명동 같은 전통 코스를 넘어, 로봇 레스토랑과 콘셉트 카페, 비밀 스피크이지 바,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까지 흡수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2025년 가을 세계 디자인 페어가 열리며, 한국 디자이너 70여 명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진행되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현실로 옮긴 대형 이벤트가 열려 전 세계 참가자들이 초록 체육복을 입고 어린 시절 놀이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전국일주를 시작하는 의미는, 이 도시가 보여주는 과잉과 과속을 기준점으로 삼겠다는 뜻에 가깝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한국이 어디까지 세계화되었는지, 동시에 어디까지 여전히 이 땅의 정서에 묶여 있는지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실이다. 인사동 골목의 전통 공예품 상점과 종로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용산의 대형 미술관을 둘러본 뒤, 홍대와 성수동, 을지로 일대의 카페·바·편집숍을 걸어보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밴다.


서울을 한 바퀴 도는 데 이틀에서 나흘을 쓴 뒤,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경계선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수도권 전철과 ITX-청춘이 닿는 춘천, 중앙선과 경강선이 연결해 주는 양평과 원주, 인천과 수원을 잇는 서해·내륙 축은 서울을 둘러싼 링처럼 1차 전국일주의 프롤로그를 구성한다. 주말마다 수도권 로컬로 향하는 수도권 인구의 발걸음은, 한국인이 “먼 곳으로 도망가지 않아도, 도시 밖에서 숨 쉴 틈을 찾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통계이기도 하다.



동해선과 영동의 산악 루프, “바다와 숲을 번갈아 마시는” 동쪽 컷


전국일주의 동쪽 축은 여전히 강원과 영동이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면, 두 시간 남짓 만에 강릉역에 내릴 수 있다. 고속철이 닿으면서 강릉은 이미 “서울의 뒤뜰”이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2026년의 전국일주에서 강릉은 여전히 중요한 기점이다.


동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속초와 양양,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안 라인이 나타난다. 동해선 철도와 버스, 렌터카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구간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한국의 지형적 특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이다. 한쪽으로는 설악산과 오대산 같은 국립공원의 능선이 수평선을 막고, 다른 한쪽으로는 짧고 거친 해변과 작은 어촌들이 흩어져 있다.


영동 내륙으로 몸을 돌리면, 태백과 정선, 영월 같은 도시들이 등장한다. 과거 석탄 산업의 기억과 폐광 도시의 풍경은 이미 상당 부분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된 지 오래다. 레일바이크와 트레킹 코스, 작은 미술관과 문학관이 폐광촌과 산골 마을을 잇는 새로운 동선을 만든다.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의 키워드였던 “자연·걷기·로컬”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이 구간이 그 흐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전국일주의 관점에서 동해·영동 루프의 가치는, 이 지역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리듬을 바꾸는 곳”이라는 데 있다. 수도권의 속도를 잠시 끊어 내고, 하루 두세 번밖에 없는 버스 시간표나 산악로의 제한속도에 몸을 맞추는 순간, 여행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좁으면서도 넓은지를 동시에 깨닫게 된다.



경북과 대구, 경주를 축으로 과거와 현재의 국면 전환을 읽는다


동해를 따라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경북과 대구, 경주가 전국일주의 다음 페이지를 차지한다. 신라 천년의 수도라는 수식어를 가진 경주는 여전히 한국 여행에서 가장 상징적인 도시 중 하나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 이 도시는 “야간 여행의 도시”라는 새로운 얼굴을 얻었다. 월정교와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야간 경관과 미디어 아트 프로그램은 젊은 층과 외국인 여행자들을 끌어들였고, “야간 개장하는 유적지”라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구는 예전처럼 여행 교통의 허브이자, 섬유와 패션, 음식 문화의 도시로 역할을 이어 간다. KTX와 SRT, 고속도로가 십자 형태로 교차하는 이 도시는 전국일주 동선에서 “한 번쯤 갈아타게 되는 도시”에 가깝지만, 이번에는 그 갈아탐을 이용해 대구의 골목을 걷는 선택이 점점 늘고 있다. 근대 골목, 서문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그리고 새로운 로컬 카페·바·게스트하우스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중부와 영남의 경계 도시”라는 대구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한다.


경북 내륙의 안동과 영주는 전혀 다른 리듬을 제시한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병산서원 같은 유교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타이틀을 오래전에 얻었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통 한옥 스테이와 퓨전 식당, 전통주 바와 결합하며 “머물며 배워 보는 여행”의 중심지로 변신하는 중이다. 국내 관광 통계를 보면, 국내 여행에서 한옥 체류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여성과 외국인 개별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다.


전국일주라는 관점에서 경북·대구·경주는, 서울과 영동에서 강원도의 자연을 통해 체감했던 “이 나라의 지리적 역사”를, 사람과 제도, 사상과 음식의 역사로 번역해 주는 구간이다. 여기서 여행자는 한국의 과거가 단지 유적지에 박제된 채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교육과 예절, 지역 공동체 문화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부산과 남해의 해안 루트, “대한민국의 바다를 한 번에 수집하는” 남쪽 컷


전국일주 동선에서 가장 극적인 색채를 제공하는 곳은 여전히 부산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KTX가 2시간 남짓 만에 도착하는 이 도시는, 통계상으로도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감천문화마을 같은 대표 관광지는 여전히 붐비지만, 2025년 이후 부산 관광의 키워드는 점점 ‘해안선과 로컬’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해운대 마린시티와 광안리 일대를 잇는 해안 산책로, 송정과 기장의 카페·서핑 스폿, 영도 흰여울문화마을과 태종대 일대를 엮는 코스는, “서울에서 잠깐 내려온 주말 여행자”보다 “부산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남해 일주를 이어가는 장기 여행자”에게 더 잘 맞는다. 서면과 전포동, 동래와 온천천 주변은 낮에는 카페와 상점, 밤에는 작은 바와 라이브 클럽으로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남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은 전국일주의 클라이맥스에 가깝다. 거제와 통영, 남해와 여수, 광양과 순천으로 이어지는 해안 루트는 형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바다와 섬, 항구와 시장, 작은 산과 숲을 끝없이 반복해 보는 여행”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국내여행 정책의 방향을 “수도권 외곽과 비수기 지역, 장기 체류 활성화”로 잡은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전국일주를 하는 여행자가 이 구간에서 직면하는 선택은 단순하다. 가능한 한 많이 이동하며 풍경을 수집할 것인가, 아니면 한두 곳에 오래 머물며 지역을 깊게 파고들 것인가. 2024년 국내 여행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여행 일수는 늘어나는 반면 1회당 이동 도시 수는 줄어드는 경향이 포착된다. 한국인 스스로도 “빡빡한 체크리스트형 여행”에서 “적은 곳을 더 오래 보는 여행”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일주에서도 이 흐름은 유효하다. 남해안 어딘가에서 일주를 잠시 멈추고, 며칠 동안 어촌과 재래시장, 작은 산책로를 반복하며 “한 자리에서 보는 전국”을 경험하는 선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는다.



호남 내륙과 서해안, “비수도권·비정형 여행”의 실험장


여행 통계와 정책 문서를 보면, 한국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국내 관광의 무게중심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데 집중해 왔다. 한국관광공사는 특히 성수기 쏠림과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전주·군산·목포·여수·광주를 잇는 호남권과 충남·전북 서해안 지역을 “균형발전형 관광”의 핵심 축으로 선정했다.


전국일주에서 이 구간은 부산·여수 이후의 서해 루프로 이어진다. 목포에서 출발해 신안의 다도해 섬들을 잇는 연륙교와 연도교, 해남·완도를 거쳐 진도로 이어지는 섬 여행은, 통계와 정책에서 말하는 “비수도권·비수기 지역”이라는 딱딱한 표현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드는 코스다. 전주와 군산은 전통 한옥과 근대 도시, 음식과 카페, 작은 박물관이 잘 섞인 도시이고, 광주는 예술과 민주주의, 음식 문화가 한데 엉긴 도시다.


서산과 태안, 보령과 서천으로 이어지는 충남 서해안은, 갯벌과 해수욕장, 해안 국립공원, 석양과 해산물이라는 오래된 여행 코드 위에, 캠핑과 차박, 해양 스포츠, 해안 트레일을 덧씌우는 중이다. 2024년 국내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조용하고 사람 적은 곳”에 대한 선호가 계속해서 증가한 것도 이 구간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이터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호남과 서해 루프는 전국일주의 마지막 시험대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길’로 소비할지, 아니면 전국일주 전체의 무게중심을 이쪽으로 옮겨놓을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의 전국일주는, 서울과 부산, 강원과 경주만으로는 이 나라의 현재를 설명할 수 없다는 자각 위에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제주, “전국 바깥의 전국”을 확인하는 마지막 챕터


전국일주에서 제주를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의견이 갈린다. 엄밀히 말해 육지의 순환 루트에서 비행기로 떨어져 나가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의 여행자는, 제주를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까지 다르게 살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관광 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제주는 여전히 국내 여행 지출 상위 지역이고, 체류 일수와 여행 만족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의 제주는, 단순한 휴양 섬이 아니라 “과잉 관광과 환경, 로컬 공동체의 균형”이라는 난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섬이기도 하다. 농지와 해안선, 오름과 올레길을 따라 이어지는 개발과 규제, 주민과 외지인의 갈등은, 전국일주를 마무리하는 여행자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묻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성산 일출봉과 협재 해변, 서귀포와 중문, 한라산과 곶자왈을 두루 밟아 본 뒤,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육지에서 경험했던 고민을 다시 떠올린다. 과잉 성장의 후유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로컬의 삶과 관광 수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환경과 산업, 주민과 여행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전국일주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렇게 관광지의 풍경이 아니라, 정책과 일상의 균형 문제로 채워진다.



2026년 전국일주가 알려주는 것: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본 나라냐”의 문제


여행 전문 리포트를 차분히 읽어 보면, 한국은 2025년과 2026년을 기점으로 “관광 대국”을 목표로 삼는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바운드 관광객 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국내 여행 지출과 체류일수를 늘리기 위한 각종 캠페인이 추진 중이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대형 문화 이벤트, 서울의 디자인·아트 페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로컬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은 그 전략의 최전선이다.


이 환경에서 2026년의 전국일주는, 단순한 여행 코스가 아니라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에 가깝다. 고속철과 고속도로, 플랫폼 예약 시스템과 로컬 게스트하우스, K-팝과 전통 문화, 거대한 도시와 사라져가는 시골, 대형 리조트와 소규모 로컬 숍을 모두 거쳐 온 뒤에야, 여행자는 이 나라가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살기 팍팍한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는다. 전국일주는 그 서로 다른 평가들이 단지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로 다른 장소와 다른 계층, 다른 시간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서울과 부산만 알고 있는 사람과, 영동의 산골과 서해의 작은 어촌까지 밟아 본 사람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2026년의 전국일주는, 관광 전문가의 언어로 말하면 “대한민국이라는 목적지를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다. 이 나라는 더 이상 단일한 이미지나 키워드로 설명되지 않는다. 초고밀도의 메가시티와 인구 소멸 위기 마을, 초현대적 교통망과 하루에 버스 두 번 오는 산골마을, 세계적인 미식 도시와 편의점 도시락만이 선택지인 작은 읍내가 동시에 존재한다.


전국일주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 나라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나는 어디에 살고 싶고, 어디에 돈과 시간을 쓰고 싶으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2026년 대한민국 전국일주는 결국, 지도 위를 도는 여행이면서 동시에 가치관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이 끝날 즈음, 여행자는 깨닫게 된다. “살기 위한 전국일주”와 “여행하기 위한 전국일주”는 더 이상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