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아일랜드 대사 Michelle Winthrop 인터뷰

2023년은 아일랜드와 대한민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였다. 이 중요한 전환점에서 양국 간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Michelle Winthrop 주한 아일랜드 대사다.
2022년 8월 부임 이후 그녀는 아일랜드의 문화, 경제, 외교적 위상을 한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양국 협력을 심화시켜왔다. 본지는 Winthrop 대사와 서면으로 아일랜드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한-아일랜드 관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일랜드: 고대 유산과 현대의 활력을 동시에 품은 나라
“아일랜드는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로, EU 회원국 중 가장 서쪽에 있습니다. 인구는 약 500만 명이며, 면적은 한국보다 조금 작은 84,000㎢입니다. 오늘날 아일랜드는 26개 카운티로 구성되어 있고, 1921년 섬이 분할된 이래 6개 카운티는영국관할 하에있습니다.
Winthrop 대사는 아일랜드가 100년 전 국가를 수립했으며, EU에 가입한 지도 50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매우 자랑스러운 EU 회원국이며, 유엔에서도 평화와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강력한 지지국입니다.”
영국의 오랜 점령 속에서도 아일랜드는 고유의 언어, 문화, 전통을 지켜냈다. “음악, 문학, 영화, 고대 스포츠 등에서 아일랜드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으며, 세인트 패트릭 데이를 통해 이러한 유산이 세계적으로 조명됩니다.”
Winthrop 대사는 아일랜드와 한국의 유사점도 강조했다. “분단된 민족사, 광범위한 디아스포라, 기근의 기억, 그리고 사람 중심의 경제와 문화 등에서 우리는 닮아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농업이 공존하는 다변화된 경제
“아일랜드는 단일 주력 산업보다는 ICT, 의료기기·제약, 농업비즈니스, 항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선도 기업의 초기 투자가 지원 기업, 법률, 인재 파이프라인 등의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농업은 국가 차원의 오랜 연구개발 투자와 농민 협동조합 지원으로 발전했다.
아일랜드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우리는 EU 내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고 다양성이 풍부한 인력풀을 가지고 있으며, 영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경제 지표도 긍정적이다. 실업률은 4.1%로 낮고,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연 5%씩 꾸준히 증가 중이다. 인구 증가율도 안정적이며, 세수는 팬데믹 이후에도 건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 대사로서의 3년간의 성과
“부임 이후 9명의 아일랜드 장관, 3명의 시장, 그리고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COVID-19 이후 아일랜드 커뮤니티를 재건하고, 비즈니스 및 교육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아일랜드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진출이었다. “13년간의 협상을 통해 드디어 한국 시장이 열렸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요한 계기입니다.”
문학 축제 개최, 아일랜드 예술가 및 작가의 초청 등 문화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이미 큰 성취를 이루었다고 느낍니다.”
한-아일랜드 외교 40주년, 그 이후를 향해
“한국이 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만큼, 연구와 교육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양국 모두 문화를 중요시하며, 자유무역·인권·기후변화·다자주의 같은 국제적 사안에 대해 유사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양국은 더 자주 협력하고 소통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무역과 서비스 교류: 보이지 않는 경제의 흐름
2024년 기준, 한-아일랜드 간 상품 교역 규모는 27억 유로에 달한다. 이 중 수출은 10억 유로, 수입은 17억 유로이며, 서비스 교역은 2023년 기준 42억 유로로 증가 추세다.
2025년 상반기에는 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출로 인해 전년도 동기간 대비 수출이 두 배로 늘었다. 대부분의 수출 품목은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ICT 부품, 제약 원료, 통합형 서비스 등이다.
또한 교육 서비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팬데믹 이전까지는 매년 2,500~3,000명의 한국 학생이 아일랜드로 유학을 갔으며,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도 인기다.
한국 내에서는 아일랜드산 오트밀, 위스키, 베일리스, 농기계, 말 영양 제품, 해산물(특히골뱅이), 기네스 맥주 등이 인기다.
쇠고기 수입 승인과 기술 교류
아일랜드산 쇠고기의 한국 수입 승인에 대해 Winthrop 대사는 “경쟁 대상은 한우가 아닙니다. 아일랜드 쇠고기는 가공식품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며, 고급 한우와는 시장이 다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를 계기로 양국의 식품 안전, 농업 기술, 스마트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문학과 음악, 문화교류의 중심축
2024년 서울도서관과 함께 문학 축제를 시작했으며, 아일랜드 문학의 한국어 번역도 증가하고 있다.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한국인 그룹 ‘Ceoltóirí Craic’이 활동 중이며, 웨스트라이프와 데미안 라이스의 내한공연을 비롯해 <원스> 뮤지컬, 테너 Robin Tritshcler 등의 공연도 있었습니다.”
한국문학에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문학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정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교육, 관광, 스타트업 분야의 전략적 협력
2023년 아일랜드 총리 방한 당시, 교육부 장관과 6개 대학이 동행해 한국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Horizon Europe 협정 체결로 양국 연구기관의 공동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관광 분야 역시 회복세다. “2023년 아일랜드는 66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을 맞이해 70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골프 관광 전략도 수립 중입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창의성과 STEM 기술의 융합이 아일랜드의 강점이다. “2024년, 아일랜드 기업청(Enterprise Ireland)은 157개 스타트업에 2,7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유럽 내 가장 활발한 벤처캐피털 기관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과 아일랜드, 우리는 닮은 두 나라
“한국은 종종 ‘아시아의 아일랜드’라 불리는데, 저는 아일랜드를 ‘유럽의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분단, 식민지 경험, 디아스포라, 문학과 음악에 대한 열정, 교육 중시, 글로벌 마인드 등에서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아일랜드인들은 좀 더 외향적이고, ‘빨리빨리’ 문화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개인적 열정과 협력
“기후변화는 이미 실감되고 있으며, 대사관은 플라스틱 줄이기, 유기농 식자재 사용, 불필요한 차량 이동 자제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기차 도입, 에너지 절감 방안 등을 추진 중이며, 특히 해상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는 섬이고, 한국은반도이지만 실제로는 섬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환경을 가졌습니다. 해양 공간 계획, 규제 체계, 식량과 에너지 균형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
“한국과 아일랜드는 역사적 유사성과 함께 문화, 예술, 인재 양성, 평화 추구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이 공통점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미래, 더 단단한 경제 협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Michelle Winthrop 대사는 단지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양국 간의 실질적이고 문화적인 가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활동은 두 나라의 공통된 역사와 정서 위에 더욱 견고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취재:실록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