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헝가리 대사 H.E. István SZERDAHELYI 인터뷰

헝가리: 지성과 전통을 이어가는 나라
중앙유럽에 위치한 헝가리는 유럽의 심장부에 자리한 내륙국으로,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뛰어난 교육과 과학기술 전통을 자랑한다. 비록 영토는 크지 않지만 헝가리는 지식과 혁신의 본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은 국가에서 배출한 세계적인 발명가와 과학자들은 인류의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볼펜(ballpoint pen)은 라슬로 비로라는 헝가리인의 발명품이다. 또한 비타민 C를 처음 분리한 알베르트 센트죄르지, 홀로그램 기술의 창시자인 데니스 가보르 역시 모두 헝가리 출신이다.
오늘날에도 헝가리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mRNA 백신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한 카탈린 카리코 박사다. 그녀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같은 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페렌츠 크라우스 박사도 헝가리 출신으로,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주도했다. 이러한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헝가리의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과학과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유럽과 아시아,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국가이다. 음악, 무용, 미술, 문학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수준의 작가와 예술가를 배출하고 있으며,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파리’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과 헝가리, 정치·경제·문화·교육 전 분야에서 강화되는 협력
헝가리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끈끈하고 실질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은 헝가리의 4대 투자국 중 하나로,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외국인 투자국이다.
특히 삼성SDI, SK온, 에코프로 등 전기차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한국 기업들은 헝가리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SDI는 울산에 이어 헝가리에 두 번째로 큰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력은 독일의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 산업 지형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에는 현재 약 3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 기업과 함께 일하는 수많은 한국 주재원과 가족,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헝가리 내 한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식당, 한인마트, 한국 제품을 취급하는 상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 음식인 만두, 양념치킨 등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한국 내 헝가리 기업의 진출은 다소 미미하지만, 헝가리 학자와 연구자들이 한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며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고등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간 미래 협력의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을 넘어 지식 기반 혁신으로
새르더해이 이슈트반 대사는 양국 관계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중심의 협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연구개발(R&D), 과학기술, 인재교류 등 지식기반 협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2022년 4월 한국과 헝가리 정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이다. 이 프로그램은 배터리 산업의 전 생애주기, 즉 제조뿐만 아니라 재활용, 충전 인프라 구축, 관련 교육, 연구개발 등까지 포괄하는 3년간의 중장기 협력 프레임워크다. 2025년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향후 연장 및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SDI는 헝가리 우보다대학교에 연구개발을 위한 직접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기술혁신의 거점으로서 헝가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헝가리 정부 역시 학문적 교류를 장려하며 ‘스텝헌디움 헝가리쿰(Stipendium Hungaricum)’이라는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한국 학생 100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의학을 포함한 여러 학문 분야에서 500명이 넘는 한국 유학생이 헝가리 대학에서 수학 중이다.
대사는 “우리는 한국과 협력해 단순 제조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해 양국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르더해이 이슈트반 H.E. István SZERDAHELYI 대사
2022년 9월, 새르더해이 이슈트반 대사는 주한헝가리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각각 5년씩 대사직을 수행한 아시아 전문 외교관이다. 그는 “일본, 싱가포르, 한국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바나나와 배는 모양도, 맛도 다르지만 각자 고유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하며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철학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매우 다이내믹하고 개방적이며, 민주주의와 정치 참여에 있어 매우 성숙한 국민이다. 세종대로에서 벌어지는 평화로운 시위는 정치적 자유와 의식 수준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코로나 이후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회 전반의 역동성과 빠른 회복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현재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으며,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양국 간 진정한 교류를 위해 언어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주한헝가리대사관, 문화와 학술을 넘어 전략적 협력의 중심으로
서울 명동에 위치한 헝가리문화원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 전시, 클래식 음악 공연, 무용, 연극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주최하고 있으며, 대사는 “부산 국제무용제, 대구 및 서울의 콘서트, 아트부산에서 열린 헝가리 현대미술 전시회 등 앞으로도 수많은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며 적극적인 문화외교 행보를 밝혔다.
한편 부다페스트에는 한국문화원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K-POP, K-드라마, 한국어 등에 대한 관심은 헝가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뜨겁다. 특히 부다페스트의 2개 대학에는 한국학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매년 수백 명의 학생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한류는 헝가리 청소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들은 방 안에 BTS, 블랙핑크의 포스터를 붙이고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양국 정부는 경제협력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4년에는 양국 경제부 간에 무역 및 투자 증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역·투자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켜 실무 차원의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민간 차원 교류를 넘어,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 말미에 새르더해이 이슈트반 대사는 한국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한국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헝가리는 작은 나라지만 한국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끄는 삶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곁에서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적인 국가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발전을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깊고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과학,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을 더 깊이, 더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양국 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강조했다.
<실록출판사 김성민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