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출판사 신년기획] 2026, 글로벌 경제 전망


2026년, 저성장·저물가·중립금리 체제로 이행하는 세계 경제의 분기점



세계 경제의 큰 그림: ‘위기는 지나갔지만, 과거의 호황도 돌아오지 않는’ 시대


2026년의 세계 경제를 조망해 보면, 직관적으로는 꽤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팬데믹 직후의 폭발적인 리오프닝 효과와 공공재정의 대규모 부양은 이미 소진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2008년 금융위기처럼 전형적인 경기 침체의 공포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과거의 고성장·저금리·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조합이 서서히 퇴장하고, 저성장·보통 수준의 인플레이션·중립 수준의 금리라는 새로운 조합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의 풍경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종합하면, 2026년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은 대략 3%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글로벌화가 한창이던 시기 4% 내외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을 곧바로 ‘위기 국면’이라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경기 후퇴(recession)라 부를 정도로 마이너스 성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는 장면 역시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경제는 잠재성장률 아래에서 억제된 속도로 천천히 전진하는, 소위 ‘슬로우 그로스(slow growth)’의 국면에 진입해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 이후 과열되었던 수요가 어느 정도 조정되고, 공급망 혼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진정되면서 세계 경제의 산출갭(output gap)은 점점 0에 수렴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소폭의 마이너스 갭이 존재하며, 이는 성장률이 크게 반등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목표치 부근으로 돌아오고 있고, 통화정책은 긴축에서 점진적 완화로 방향을 튼 뒤, 2026년에 이르면 금리가 사이클의 저점에 도달한 채 장기간 유지되는 그림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요약하자면, 2026년의 세계 경제는 과거처럼 성장만 믿고 위험자산에 밀어넣는 환경은 아니지만, 동시에 위기 공포에 휩싸여 모든 자산이 동반 급락하는 환경도 아니다. 저성장과 중립금리, 그리고 구조적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복잡하고 층위가 많은 환경이다. 그만큼 정교한 해석과 전략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의 동력과 제약 요인: 잠재성장률 아래에서 움직이는 ‘저성장 균형’


2026년의 성장률을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축, 즉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으로 나누어 해석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세계 경제는 팬데믹 시기 누적된 초과저축이 상당 부분 소진되었고, 고금리 환경에서 가계와 기업의 차입 여력도 제한적이다. 미국과 일부 선진국은 여전히 탄탄한 고용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소비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지만, 실질금리의 상승과 금융여건의 긴축이 소비와 투자 모두를 조용히 압박하고 있다.


기업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팬데믹 이후 IT·제조업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집행됐던 설비투자는 이제 재조정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반도체·전자·플랫폼 기업과 같은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는,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등 장기적 성장 스토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주가와 밸류에이션이 선반영된 탓에 실물 투자 결정에 더욱 신중해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투자 증가율을 둔화시키고, 이로 인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공급 측면을 보면, 상황은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빠른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을 겪고 있다. 노동 공급의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잠재성장률은 필연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생산성 증가율, 즉 총요소생산성(TFP)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제조업의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일정 부분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성 정체, 규제와 시장 구조의 경직성, 인적자본 축적의 병목 등이 잠재성장률을 제약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 역시 성장률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팬데믹과 미·중 갈등을 거치며 ‘효율성 극대화(global just-in-time)’에서 ‘안정성·회복력(resilience)’ 중심으로 산업 전략이 전환되었다. 생산거점 다변화,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전략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비용 상승과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는 기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잠재성장률을 조금씩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2026년의 세계 경제는 “충분히 성장하지만, 과거처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하는” 상태, 다시 말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저성장 균형(low-growth equilibrium)에 점점 고착되는 모습에 가깝다. 이는 수요의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노동·자본·생산성이라는 공급 측면의 구조적 제약이 중첩된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 경기부양책만으로 해결 가능한 성격은 아니다.



물가와 통화정책: 고금리 시대의 퇴장과 중립금리 체제로의 복귀


2026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축이 바로 물가와 통화정책이다. 2021~2022년 세계를 휩쓸었던 고인플레이션의 충격은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는 형태로 대응되었다. 그 후 수년이 지나 2026년에 이르면, 그 긴축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우선 인플레이션을 보자. 공급망 병목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완화된 데다, 고금리와 실질임금 조정으로 수요 측면의 과열도 잦아들면서, 선진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목표치인 2% 근처로 내려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일부 국가는 2%를 소폭 하회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다만 서비스 가격과 임금 상승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초저물가 시대처럼 극단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통화정책은 긴축에서 완화로의 전환을 이미 시작했을 것이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은 2025년 무렵부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2026년에 이르면 정책금리가 이른바 ‘중립 수준(neutral rate, r*)’에 근접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명목금리는 인하되었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하락했다면 실질금리는 여전히 플러스 영역에서 유지될 수 있다. 이는 금융 여건이 완전히 느슨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내렸을 공산이 크다. 유로존의 경우, 성장 모멘텀 부재와 구조적 저성장 압력을 고려할 때, 실질금리가 다소 낮아지는 것을 용인하면서까지 경기 부양을 시도할 유인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건전성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안하면,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이전과 같은 강력한 완화 정책으로 복귀할 여지는 제한적이다.


결국 2026년의 통화정책 환경은 “고금리 시대의 끝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제로금리·양적완화로 돌아간 것도 아닌” 중간 지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의 수혜를 기대하며 채권과 성장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게 되지만, 동시에 실질금리가 플러스 영역에 머무는 한 위험자산이 무제한적으로 평가절상되는 환경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금리라는 수단만으로 성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고, 재정과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시점이다.



지역별 경제 지형: 미국의 견조함, 유럽의 답답함, 중국의 중속 성장, 인도와 신흥국의 부상


세계 경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에는 국가별 성장률과 물가, 정책 환경의 차별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여전히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견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의 탄탄함, 기술 혁신, 인구 구조의 상대적 우위, 에너지 자급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대 후반에서 2%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고금리 후유증과 재정적자 확대, 상업용 부동산 등 일부 취약 부문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거시 전체를 흔들 정도의 충격을 당장 초래할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스며들면서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은 사정이 다르다. 독일을 비롯한 핵심 제조업 국가들이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성장 모멘텀이 뚜렷하게 약해져 있다.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과 방위비 확대라는 과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에, 정책당국이 경기부양에 쓰지 못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안정되고 있지만, 산출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운데 수요 부족과 구조적 디플레이션 압력이 함께 나타나는, 다소 답답한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도와 일부 신흥국은 세계 성장의 ‘프리미엄 구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젊은 인구 구조, 디지털 인프라 확충, 제도 개혁, 다국적 기업의 생산 기지 이전 수혜를 바탕으로 6%대 중후반의 고성장을 이어갈 잠재력이 크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유치, 서비스 산업 성장에 힘입어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일부 국가는 에너지 전환과 대규모 신도시·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실험하고 있고,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인구 보너스와 자원 개발을 기반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 둔화와 세계 교역 둔화가 부담이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교차점에서 기술과 제조, 서비스의 전략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구조적 기회를 맞이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도 함께 떠안게 된다. 2026년의 아시아는 그래서 기회와 위험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지역으로,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세밀한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이 필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 변수들: 탈세계화, 인구·생산성, AI 혁신, 에너지 전환, 지정학 리스크


2026년 세계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뿐 아니라, 그 밑에서 흐르는 구조적 힘들을 읽어야 한다. 이 구조적 변수들은 단지 2026년 한 해의 성장률과 물가만이 아니라, 그 이후 10년 이상의 글로벌 경제 질서를 좌우할 요인들이다.


우선 탈세계화와 관세 전쟁의 여파가 있다. 미·중 갈등과 주요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는 과거의 자유무역·다자주의에서 점점 블록화와 선택적 연대의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보조금 경쟁, 산업정책, 안보를 명분으로 한 수출·투자 규제는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효율성을 희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쌓여갈수록 교역과 투자는 줄어들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절화되며, 이는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라는 이중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2026년의 성장은 이미 이런 흐름의 일부 결과를 반영하고 있으며, 탈세계화가 얼마나 심화되느냐에 따라 향후 성장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구 구조와 생산성 문제는 더 은근하고 깊은 변수가 된다. 선진국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은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복지·의료 지출을 늘려 재정 부담을 키운다. 이는 장기적으로 실질금리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 부채 증가와 국채 발행 확대가 금리를 지지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신흥국 일부는 아직 인구 보너스를 누릴 수 있는 구간에 있지만, 제도와 인프라, 교육·보건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인구가 오히려 부담으로 전환될 위험도 존재한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구조적 변수 가운데 가장 큰 ‘업사이드 옵션’이다. 인공지능·자동화·클라우드·빅데이터가 결합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효과가 성장과 고용, 분배에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2026년을 기준으로 보면, 상당수 산업에서 AI 투자는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초기에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인력 재교육, 조직 개편 등 비용이 먼저 드러나고, 이후에야 효율성 개선이 숫자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2026년은 AI 혁신의 본격적인 성과가 아닌, ‘투자와 준비의 시기’로 규정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 요소가 현재의 저성장 기조를 완화시키고, 잠재성장률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반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 리스크도 세계 경제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투자 확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에너지 저장 장치 등 분야에 대한 막대한 자본 투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가격 안정, 새로운 산업 생태계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기후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농업, 보험, 인프라, 공공재정에 압박을 가하는 요인도 커지고 있다. 2026년 이후의 세계 경제는 이 두 방향의 힘, 즉 ‘녹색 투자에 따른 성장 잠재력 상승’과 ‘기후 충격에 따른 비용 증가’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정학 리스크는 항상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외생 변수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긴장, 아시아 해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언제든 에너지·식량·물류 비용을 자극할 수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경로를 다시 위쪽으로 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2026년에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에너지 가격이 재차 급등한다면, 중앙은행들은 이미 낮춰놓은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지, 아니면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보고 참을지를 두고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그 경우 2026년의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재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적 환경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수 있다.



시나리오로 본 2026년: 기준·낙관·비관의 분기점


경제 전망에서 시나리오 분석은 항상 중요하다. 2026년 역시 단일한 경로가 아닌,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어디로 더 가까이 수렴하느냐의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경제가 대략 3%에 가까운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선진국 기준으로 2% 안팎, 신흥국에서는 3~4% 사이에서 안정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정책금리는 이미 상당 부분 인하되어 중립 수준에서 머무르며, 채권시장은 금리 하락의 마지막 구간을 반영한 후 점차 횡보 국면에 들어간다. 주식시장은 기업 이익 증가율 둔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면서 과거처럼 지수 전체의 일방적 상승보다는 업종과 기업별 차별화가 두드러지는 환경으로 바뀐다.


낙관 시나리오는 탈세계화와 관세 전쟁이 점차 완화되고, AI와 디지털 전환의 생산성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세계 성장률은 3%를 넘어서고, 시장은 “생산성 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스토리에 힘입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통제 가능한 범위에 머무른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출 필요는 없지만, 동시에 올릴 이유도 없는 편안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이는 장기 국채와 성장주, 그리고 고성장 신흥국 자산이 동시에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드문 조합을 만들어낸다.


비관 시나리오는 관세 전면전이나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경우다. 여기에 부채가 많은 일부 국가에서 금융불안이 터지거나, 특정 자산시장의 급락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면, 세계 성장률은 2%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 저성장과 높은 물가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은 중앙은행을 딜레마에 빠뜨린다. 물가를 잡자니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를 지키자니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신흥국과 고위험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와 정책 반응을 고려하면, 2026년의 세계 경제는 기본 시나리오에 가장 가까운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관세, 전쟁, 금융불안과 같은 충격 요인이 한두 개만 중첩되어도 비관 시나리오에 상당히 가까운 환경이 단기간에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투자와 정책에 대한 시사점: 정교한 선택의 시대


2026년의 세계 경제 환경은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는 단순한 방향성 베팅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국가는 더 이상 ‘선진국 vs 신흥국’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 같은 선진국이라도 미국과 유로존은 성장·물가·정책 패턴이 다르고, 신흥국 내부에서도 인도처럼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탄탄한 국가와, 고금리·재정 취약·정치 불안으로 흔들리는 국가의 차이는 극명하다. 결국 성장 프리미엄, 재정 지속 가능성, 정치·제도 안정성, 인구 구조, 산업 구조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 국가 선택이 필수적이다.


채권시장은 고금리 사이클의 후반부라는 특수한 위치에 서 있다. 명목 금리는 이미 피크를 지났지만, 실질 금리가 얼마나 오래 플러스 영역에 머물지, 중앙은행이 어느 시점에서 ‘진짜’ 완화로 돌아설지가 관건이다. 2026년에는 듀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전략, 즉 장기 국채의 비중을 서서히 확대하는 전략이 타당해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인플레이션 연동채나 실질금리 보호 수단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AI·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전환, 헬스케어·바이오, 고부가가치 제조 같은 구조적 성장 섹터는 여전히 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크지만,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 진입 타이밍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 분석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전통 제조업이나 규제에 취약한 산업은 관세와 산업정책, 환경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단순한 저평가 매수 전략만으로는 리스크를 설명하기 어렵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개혁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을 중심으로 완만한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자산가격 버블과 부채 리스크를 관리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은 단순한 경기부양형 지출이 아니라,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 교육·재교육, 기후·에너지 전환, 사회안전망과 같은 영역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재정지속가능성을 감안한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개방경제인 한국과 같은 국가에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진다. 세계 교역 둔화와 기술 패러다임 변화,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압박해 들어오는 환경에서, 수출 구조 다변화와 신산업 육성, 인구·노동시장 개혁,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2026년의 세계 경제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에너지·디지털 인프라와 같은 핵심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다면, 저성장 세계에서도 성장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구조개혁과 산업 전환에 실패한다면, 세계 저성장 국면 속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아 성장잠재력이 한 단계 낮아질 위험도 존재한다.



맺음말: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세계 경제, 전략의 질이 승부를 가른다


2026년의 글로벌 경제는 과거 어느 시기와도 완전히 닮지 않은, 전형적인 과도기의 얼굴을 하고 있다. 고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는 충격은 지나갔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탈세계화와 지정학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와 생산성 정체는 성장률의 상단을 억누르고 있고, AI와 에너지 전환, 디지털 혁신은 그 상단을 다시 조금씩 끌어올리려는 힘을 형성하고 있다.


이 상반된 힘들이 서로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빠르게 달리지도, 완전히 멈추지도 않은 채 느리고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 양보다 질, 단기적 자극보다 장기적 체질 개선이다. 투자자에게는 국가·섹터·기업을 정교하게 골라내는 능력이, 정책당국에는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섬세한 설계 능력이 요구된다.


결국 2026년의 세계 경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쉬운 성장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성장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말의 진의를 이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전략의 질을 끌어올리는 주체가 앞으로의 10년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