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카리브해의 심장, 도미니카공화국]

카리브해의 눈부신 햇살 아래, 한 나라가 있다. 바로 도미니카공화국(Dominican Republic). 바다와 산, 정열과 고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라틴 아메리카의 숨겨진 보석이자, 아메리카 대륙 문명의 첫 페이지를 연 역사적 공간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직 생소한 이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는 세계 어느 곳보다 다채로운 색채와 역동성을 간직하고 있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지는 푼타카나(Punta Cana), 자연과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삼나(Samaná), 유럽식 구시가의 고풍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토도밍고(Santo Domingo)**까지. 도미니카공화국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경험의 대륙’이다.


[고대 문명의 요람] 

도미니카공화국의 역사는 타이노족 원주민 문명에서 시작된다. 스페인 식민 이전, 이 섬에는 독창적인 농업과 언어, 신화를 갖춘 타이노 문화가 번성했으며, 그들의 삶의 흔적은 여전히 동굴 벽화, 민속 전통, 언어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곳에 도착하면서 유럽과 아메리카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는 이 섬에 ‘이스파니올라’(La Española)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는 곧 산토도밍고라는 아메리카 최초의 도시로 발전하게 된다.


산토도밍고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성당, 대학, 병원, 요새를 갖춘 도시로, 신대륙의 문명을 여는 관문이 되었으며, 199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시는 오늘날에도 스페인 식민지 건축 양식과 현대적 도시 인프라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로 세계를 매혹시킨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 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야구(Baseball)다. 인구 1천만 명 남짓한 이 나라는 세계 메이저리그(MLB) 선수 배출국 1위의 명성을 자랑한다. 데이빗 오티즈, 페드로 마르티네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수많은 전설들이 바로 이 섬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도미니카 국민들의 꿈과 희망, 땀과 투지,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이다. 전국에는 수많은 야구 아카데미와 지역 리그가 있으며, 어린 소년들은 야구공과 배트를 들고 미래의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꾼다. 특히 미국 프로야구단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자체 아카데미를 두고 선수 발굴과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는 도미니카공화국의 국가적 브랜드 가치로도 이어지며, 스포츠와 경제가 결합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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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 대국]

푸른 카리브해가 펼쳐지고, 야자수가 고요히 흔들리는 해변. 도미니카공화국의 자연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그 중심에 있는 푼타카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며, 연중 300일 이상의 맑은 날씨, 고급 리조트, 스쿠버 다이빙, 골프, 가족 휴양지로서의 명성이 자자하다. 뿐만 아니라, 고래 관찰로 유명한 삼나만, 화산 지형과 폭포가 어우러진 내륙의 생태 보호구역, 그리고 히스파니올라 섬을 가로지르는 중앙산맥은 자연 애호가들에게 이상적인 목적지를 제공한다.


관광산업은 도미니카공화국 GDP의 약 15%를 차지하며, 약 35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적인 충격을 받았으나, 빠른 회복세와 정부의 친관광정책으로 다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는 북미뿐 아니라 유럽, 남미, 아시아 관광객 유치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인 관광객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문화의 용광로, 열정과 리듬의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단순히 자연 경관이나 역사만이 아닌, 리듬과 정열의 문화적 매력을 품고 있다. ‘메렝게(Merengue)’와 ‘바차타(Bachata)’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미니카의 대표 음악 장르이다. 빠르고 활기찬 비트,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멜로디는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음악과 춤이 피어오르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즌엔 도시 전체가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음악과 함께하는 도미니카의 정서, 그리고 따뜻하고 유쾌한 국민성은 세계인들이 이 나라에 매료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실제로 도미니카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가족 중심적이고, 정 많고,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는 국민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도미니카공화국은 야구와 음악, 해변과 역사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문화강국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미니카공화국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만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입을 통해 도미니카공화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그리고 양국의 외교 관계를 넘어 민간 차원의 실질 협력과 상호 이해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들어본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유엔, 유럽연합 등에서 외교 경험을 쌓은 베테랑 외교관으로,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에서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 대사를 직접 만나 도미니카공화국의 외교 정책, 경제 비전,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인터뷰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도미니카 협력의 미래를 말하다


“한국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


Q. 대사님,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도미니카공화국의 주요 외교 전략과 한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감사합니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저에게도 매우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현재 ‘지정학적 허브’라는 국가 비전을 가지고 외교 정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항만, 물류, 자유무역지대 등을 활용한 외교경제 전략이 매우 중요하죠.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산업화와 기술 발전의 모범국가로, 특히 반도체, 디지털 경제,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이 본받고 협력해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는 현재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기술이전과 공동 생산, 수출협력등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이 주목하는 산업군은 어떤 분야인가요?


우리는 관광, 농업, 제조업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에너지, 의약품 생산, 디지털 전환 산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풍력, 태양광, 수력에너지 발전소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의약품과 의료기기 생산 산업에 대한 세제 감면 및 투자 장려 정책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바이오 및 제약 기술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양국 간 공동 생산 가능성을 모색 중입니다.


Q. 최근 대사님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수출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을 단순한 소비 시장이 아닌 파트너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생산된 고급 커피, 초콜릿, 럼주, 시가 등은 고유한 풍미와 품질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매우 경쟁력 있습니다. 현재 여러 바이어와 유통업체들과 협의 중에 있으며, 한류를 활용한 브랜드 협업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Q. 문화적 교류 측면에서는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한국과 도미니카는 모두 문화 강국입니다. 우리는 음악, 춤, 음식, 스포츠 등을 통해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아티스트들이 K-콘텐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산토도밍고에서는 한국 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대사관에서는 한국과 도미니카 양국 국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주간, 사진전, 요리행사 등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Q. 도미니카공화국은 야구 강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스포츠 교류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야구는 도미니카공화국 국민의 자부심입니다. 우리는 매년 수많은 선수들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고 있고, 많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도미니카 출신이죠. 한국 역시 수준 높은 야구 리그와 팬층을 보유하고 있기에, 한-도미니카 야구 친선 경기,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 코치 교환 프로그램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한 외교는 매우 효과적인 문화 외교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사님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신가요?


한국은 매우 흥미롭고 활기찬 나라입니다. 서울의 빠른 템포와 높은 기술력, 그리고 시민들의 따뜻함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풍경, 그리고 한식의 다채로움은 제가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 요소입니다. 또한 도미니카공화국과 유사한 가족 중심 문화가 있어 한국에서의 삶이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도미니카, 함께 만들어갈 미래”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술, 기후, 경제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요. 도미니카공화국은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과 함께 나아가길 원합니다.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 우리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 대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인들이 가진 놀라운 잠재력과 성실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나라입니다. 특히 저는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개발 전략이 아닌, 공동체 정신, 자립심, 노력, 그리고 국민적 연대가 결합된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도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운동은 단순한 원조나 투자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마을을 변화시키고, 결국은 국가 전체를 바꾼 위대한 운동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매우 큰 영감을 줍니다. 저는 도미니카공화국 젊은 세대에게도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속에서 이러한 성공 경험을 공유하며,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길 희망합니다.”


그는 한국인의 근면함, 교육열, 공동체 의식, 그리고 변화를 이끄는 강한 추진력을 ‘기적을 만드는 DNA’라고 표현했다.


“한국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민족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힘이 단지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저희 도미니카공화국에도 큰 영감을 주는 자산이라고 믿습니다.”


이처럼 그는 한국의 발전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면서도, 한국 국민 개개인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여러분은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감동했던 순간들은, 바로 일반 시민들의 진심 어린 환대와 관심이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을 텐데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주신 한국인들 덕분에 저는 이곳이 진정한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어 한국인들이 도미니카공화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깊은 역사와 문화, 생동감 넘치는 예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살아 있는 곳입니다. 저는 한국의 가족들이 푼타카나의 해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모습, 산토도밍고의 오래된 거리에서 역사와 음악을 체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곤 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도미니카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다릅니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하지만 우리는 공통점도 많습니다. 가족을 중시하고, 교육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꿈꾼다는 점에서 우리는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양국이 함께 걸어갈 미래가 매우 밝고, 창의적이며, 인간 중심적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인 여러분, 도미니카공화국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지 여행객으로서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말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관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나라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들을 대표하는 이가 다른 나라의 국민에게 건네는 우정과 신뢰,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진심 어린 초대장이자 약속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실제로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을 태평양과 아메리카를 잇는 전략적 가교 국가로 보고 있으며, 한국 역시 도미니카를 중남미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외교,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왔고, 앞으로는 디지털, 기후 기술, 인적 교류, 학술 협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력 모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리브해의 중심에서 ‘글로벌 파트너’로 우뚝 서고자 하는 도미니카공화국. 그 중심에서 한-도미니카의 우정과 미래를 설계하는 주인공이 바로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 대사다. 그의 깊은 외교적 식견과 열정은, 두 나라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넓고 깊게 뻗어나갈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표이기도 하다.